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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가슴에 못 박은 세월호 100일

  • 입력 2014.07.21 18:37
  • 기자명 홍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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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6일. 온 국민은 열일곱 살 어린 학생들이 배와 함께 가라앉는 모습을 눈 뻔히 뜨고 지켜보고 있었던 지가 100일이 되고 있다. 선장의 잘못으로 세월호가 바다에 넘어가는 모습을 TV로 보면서 그날의 경악으로 가슴이 막히고 시도 때도 없이 울컥 울음이 솟는 하루하루가 벌써 100일이 되면서 아직도 바다 속에 있는 11명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온 국민이 함께 아파했던 마음은 그렇게 순일했지만, 지금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 가족들은 눈물을 그치지 못하고 있다.
유족들은 지난 14일부터 국회의사당과 광화문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으며. 안산 단원 고 생존 학생들은 이들 부모님을 찾아 지난 15일 학교에서 국회의사당까지 도보행진에 나서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위한 특별법 제정 논의가 지지부진한 데 항의하기 위한 것이다. 누가 이들의 가슴에 못질을 했기에 국회는 지금까지 특별법 제정을 놓고 여.야의 기(氣)싸움만 하고 있는 것인가?
여야는 세월호 특별법을 지난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로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합의했다. 그 뒤 여러 차례 회의가 있었지만 진전은 없이 기싸움만 반복한 것이다. 특위 구성과 권한 문제에서부터 팽팽하게 맞선 때문이다. 속사정을 살펴보면 여.야 모두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특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자는 유족들의 제안도 수사권을 남발 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신중히 생각해야 될 문제들이다.
자료제출을 요청하는 권한 정도로는 성역 없는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국회 국정조사에서도 확인된 터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독립적인 수사를 하기 위해선 특위에 실질적인 기소권이 부여되도록 지혜를 짤 필요도 있다는 여론도 있지만 문제는 여.야의 협의로 하루속히 진상규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의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런 노력은커녕 유족과의 협의도 회피하면서 시늉뿐인 특별법을 만든다면 국민과 유족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없다. 세모그룹 회장인 유병언이 잡히지 않고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배상이나 보상을 받은들 무슨 의미가 있겠으며,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혜택을 받은들 그게 무슨 위로가 되겠느냐”는 유족 대표의 말은 그래서 더욱 절절하다는 이유일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은 귀중한 꽃들이다. 숫자로 뭉뚱그려져 잊혀가는 서류 속의 피해자들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생생한 꿈과 희망으로 이제 막 활짝 피어나려던 예쁘고 소중한 아들딸들인 것이다.
한순간에 스러진 이들을 서둘러 잊어버리게 해서는 결코 안 된다.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자면 우리 모두의 가슴에 그날의 그들을 새겨 간직해야 한다. 특별법을 제대로 만드는 것은 그 시작일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충남 태안 사설 해병대캠프 사고가 일어난 지 오늘로 꼭 1년이 됐다. 캠프에 참여한 공주사대부고 2학년생 가운데 5명이 급류에 휩쓸려 숨진 이 사고는 ‘세월호의 과거 판’이라고 할 만한 사고였다. 고등학생들이 단체로 수련활동을 하던 중에 일어난 대형 인명사고라는 점에서만이 아니라 사고 발생 원인과 수습 과정 등에서 드러난 각종 문제점까지 판박이처럼 닮은 점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안전보다 이익을 앞세운 기업의 탐욕과 관리와 감독 역할을 해야 할 공공부문의 비리와 무능한 점들이 지금 사회 전반의 안전 불감증 등 구조적 폐단까지도 세월호 참사의 축소판이자 전조라고 할 정도로 비슷하다. 이제 우리는 참사의 재발을 막는 길은 그것이 왜 일어났는지 누구 책임인지 철저하게 가리는 데서 시작돼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는 세월호 참사 100일 이제 그들의 매듭을 하루속히 풀어 마무리해야 된다는 여론이다.

홍성봉의 是是非非> 홍성봉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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