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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원 자기앞 수표’

  • 입력 2014.06.26 15:47
  • 기자명 홍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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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옛 조상들로부터 내려오는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이라는 풍습을 이어 오고 있다. 농촌에서는 농사일을 이웃과 같이 모심기. 벼 타작 등을 이웃이 모여 다니며 (일명 품앗이)농사일을 하면서 이웃 간의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내려 왔다. 그러나 이제는 각 기술이 발달하여 아파트 생활로 이어지고 모든 일들이 기계화 되면서 이웃의 정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 풍습은 회갑(만 60세) 잔치를 수연(壽宴)이라고 하고 칠순(만. 70세)을 고희(古稀)라고 부르며 이웃과 친척들이 모여 잔치를 하고 있다. 부모가 함께 살아있다면 아버지가 회갑이든, 어머니가 회갑이든. 고희잔치든 부부가 함께 자식들의 절과 술을 받는 사람은 부모 중 한 사람이 아니라 부모 모두가 된다. 회갑에서 부부는 한 사람인 것이다. 회갑이라고 해서 부부끼리 선물을 주고받는 것은 전통에는 별로 없었다.
그런데 최근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면서 동방예의지국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여론이 아우성인 것이다. 최근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교원대 교수 시절인 지난 2012년 회갑을 맞은 부인에게 1000만 원짜리 자기앞수표를 선물로 줬다고 해서 화제가 되면서 교육부장관 후보자로서 국민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능력 있는 남편들’은 부인 생일에 수표를 선물하는 것이 신(新)풍속이라는 말은 정부 고위직에서만 돌고 도는 것이 현 풍습으로 치맛바람이 일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으나 이번 1000만 원 짜리 수표얘기는 서민으로서 듣기 어려운 애기가 되고 있다.
상층생활에 부부 사이에서야말로 ‘현금(혹은 수표)은 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생일에 남편에게 얼마짜리 수표를 받았다”는 것이 여자들끼리 모였을 때 은근한 자랑이라는 것은 부유층에서 먹고 할 일 없는 아줌들이 만나 수다를 떠는 것일 것이다. 100만 원짜리 정도 받아서는 자랑하기 힘들다는 얘기도 들리기는 하지만 이런 얘기는 고위층에서 들리는 풍습이 아닌 관피아(관직들이 받는 뇌물?) 라고 할 수 있다. 60년 만에 돌아오는 생일은 특별해서 그 액수가 1000만 원까지 올라가기도 하는 모양이지만 그들만의 자랑이다.
물론 ‘능력 있는 남편’의 ‘능력’이란 월급 외에 생기는 돈일 것이다. 김 후보자는 수표와 동봉한 편지에 “적은 금액이지만 그래도 당신 남편이 아끼고 절약해서 당신을 위해 모은 것이니 당신 편한 대로 쓰십시오(미안합니다)”라고 썼다고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적은 금액? 이런 사람들이 장관직에 앉아 있다면 고희(古稀)잔치에서는 작은 돈 1억? 을 선물로 줄 것은 뻔 한 일이다. 정부는 최저 임금을 시간당 5000원데에서 6000원대로 인상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월급쟁이들이 용돈 아껴서는 1000만 원은 고사하고 100만 원짜리 한 장 내놓기도 쉽지 않다. 김 후보자의 능력은 어디서 온 것일까?. 제자 논문을 제 이름으로 싣고 받은 연구비 중에서도 일부 나왔을지 모른다는 온갖 추측이 나돌고 있다.
옛날에는 다시 한자(漢子)로 말하면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의 시절에는 칠십까지 살기 어려우니 육십에 잔칫상을 차려 회갑 잔치를 많이 차렸으나 이제는 의학과 음식 문화가 바뀌어 인간 100세 장수시대를 맞으며 그런 시대는 지났다. 그래도 남편이 부인의 회갑에 주는 선물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서민들이 평생 같이 살면서 부인에게 변변한 생일 선물 하나 못 해본 남편들이 일할 수 있는 마지막 나이에 주는 큰 선물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런데 김 후보자의 1000만 원이 깨끗한 돈을 아끼고 절약해서 모은 것이라면 나무랄 수 없겠지만. 다만 그 액수는 서민들로서는 부러울 뿐이다. 지금부터 전국에서는 부부싸움 나는 소리가 크게 들리는 듯하다. 서민들은 1000만 원짜리 수표를 주지 못했으니 말이다. 김후보자 부인께서는 2년이 지난 지금도 1000만 원짜리 수표를 들고 자랑을 하고 있나요? 정신 차리십시오. 밖에는 까마귀가 울고 있습니다.

홍성봉의 是是非非> 홍성봉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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