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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없이는 진상규명도 없다

  • 입력 2014.06.13 15:14
  • 기자명 홍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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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이 난지 오늘이 2개월이 되었으나 아직도 10여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검찰은 유병언(전 세모그룹 회장)씨와 장남 대균씨를 단속하지 못하고 있다가 뒤늦게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구인에 나선 지 20일이 넘게 지났지만 검찰은 제자리만 맴돌고 있다. ‘뛰는 유병언에 기는 검찰’이라고 표현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급기야 군(軍)을 동원하고 임시반상회까지 열어 주민들의 협조를 구한다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모두 검찰의 안이한 초기 대응 탓이라는 지적이다. 현재로선 밀항 여부도 알 길이 막연하다. 그동안 쏟아 부은 인적과 물적 자원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만약 끝내 유씨의 행방을 찾아내지 못하고 장기 미제로 남는다면 검찰은 책임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다.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지만 유씨와 그 일가의 신병을 확보하지 않고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힘든 상황이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 대체 언제까지 헛돌아야 하는지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처음부터 치밀하면서도 강경한 대응을 하지 못했던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의 질타를 받고 또 대책회의를 여는 등 법석을 떨고 있다. 엊그제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검거 방식을 재점검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검토해서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조속한 검거 지시는 벌써 세 번째다. 바로 다음 날인 엊그제 구원파의 본산인 경기 안성시 금수원에 경찰 6000여명을 들여보냈다. 대통령이 한마디 하자마자 움직인 것이다. 이번 수색에서 검찰은 지명수배자 여럿을 검거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하지만 겨우 유씨의 것으로 보이는 칫솔과 비누. 면봉에 지나지 않는 성과로 2일간 1만여 명이 동원되어 수색을 벌였으나 역시 그의 흔적은 별로 없었다.
물론 검찰이 눈 뜬 장님처럼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노력을 다했으나 결과적으로 희롱당한 꼴이 됐다. 검찰의 행보를 보면 마치 유씨가 활개를 치고 도주하도록 길을 열어준 듯하다. 유씨가 빠져나간 한참 뒤에야 금수원에 처음 들어갔고 그 뒤에도 뒤꽁무니만 쫓아다녔다는 국민들의 못마땅한 말이다. 유씨는 유유히 포위망을 빠져나가 신출귀몰하듯 곳곳을 도피해 다녔다.
우리는 검찰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고 본다. 유병언 수사는 원칙도 전략도 없이 ‘무조건 잡고 보자’는 식으로 시작됐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 나흘 만에 유 전 회장 일가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를 인천지검에 지시했다. 김 총장이 줄곧 강조해온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 수술식 수사’라는 원칙과 거리가 먼 지시였다.
정부로 향하는 화살을 돌리기 위한 희생양 찾기라는 비판은 당연했다. 내사조차 거치지 않고 시작된 기획수사가 성공적일 리는 만무하다. 검찰은 측근들을 줄줄이 잡아들였으나 정작 유 전 회장과 장남 대균씨의 소재를 파악하는 데는 실패했다. “검거할 때까지 퇴근도 않겠다.”며 결의를 과시했지만 연이은 ‘뒷북 수색’으로 망신살만 뻗쳤다. 유 전 회장 일가는 검경을 비웃듯 도주 극을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의 질책이 계속되자 정부 부처들이 ‘유병언 검거 총력전’에 돌입했다고 한다. 합동참모본부는 유 전 회장이 밀항할 가능성에 대비해 감시·경계 태세를 강화했고, 안전행정부는 엊그제 임시 반상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유 전 회장 검거의 필요성에 동의하지만, 정부의 대응에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다수의 언론매체를 통해 유 전 회장 얼굴이 널리 알려진 터에 반상회까지 열어가며 수배전단을 배포할 필요가 있는가.
세월호 재판은 실질적인 배 주인인 유씨 일가에 대한 조사 없이는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는 물론 진상규명도 반쪽짜리에 머물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검. 경은 유씨 체포에 실패한다면 부끄러운 사례로 남을 것이다.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의 눈물은 아직 마르지 않았다. 12명은 여태 시신도 찾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유족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바란다.

홍성봉의 是是非非> 홍성봉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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