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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찬아,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줄게”

박미숙 ‘다비다원’노조위원장, 주말가족으로 인연 맺어

  • 입력 2010.04.20 23:50
  • 기자명 서울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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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학 기자 / 제30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떠오르는 곳,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인천 연수구 동춘동 산자락 아래 위치한 장애 영·유아 시설인 동심원에 생활재활교사로 재직하다 현재 다비다원 노조를 책임지고 있는 박미숙 노조위원장과 8살 난 동찬이다.
동찬이는 선천적으로 다운증후군이라는 병을 갖고 태어나면서 버려져 2002년 인천중증장애우 영·유아시설인 동심원에 맡겨졌다. 원래 동찬이는 인천 동심원에 7번째로 입소했다고 해서 인동칠로 불리다가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동찬이로 이름을 지었단다.
서구청 한 직원이 갓난아기를 안고 중증장애우시설을 찾아왔을 때 동찬이를 품에 안은 사람이 동심원에서 생활재활교사로 근무하던 박미숙 위원장이었다.
박 위원장은 “그 아이를 처음 안았을 때 운명적으로 느꼈던 인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끈이 엄마와 자식으로 엮어준 것 같다”라며, “당시에는 업둥이를 안았다는 기쁨보다는 얼마 못살 것 같던 체구와 생김새에 가슴이 아렸다”고 회상했다.
그런 인연으로 박 위원장은 2005년부터 스스로 엄마임을 자청하고 나서 입양을 생각했지만 행정절차상 이루지 못하고 가정생활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고 싶어 일주일에 한번 주말가족이 됐다.
토요일에 집으로 데려와서 식구들과 한 가족이 돼 먹고 자고 딩굴며 건강을 챙겨주고 자연스럽게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사랑을 키워갔다.
박 위원장은 “처음에는 내 자식처럼 돌보기로 다짐했으나 밤새 아파 끙끙 앓고 토하고 설사하고 이유없이 큰소리로 울어대면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기도 했다”며 “하지만 동찬이로 하여금 가정에 웃음이 넘쳐나고 엔돌핀이 돌고 엄마의 사랑을 외면하지 않고 건강하고 해맑은 모습으로 성장해 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생활하는 사이 어느새 동찬이가 8살이 됐고 인지력과 판단력이 생기고 가정이 무엇인지 스스로 느끼며 지금은 엄마, 아빠, 큰누나, 작은누나, 동찬이 5식구가 혈육보다 진하고 강한 가족의 일원으로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존재가 됐다.
이제는 자기감정을 표현하는가 하면 집에 왔다가 일요일 귀원할 때가 되면 헤어지기 싫어 칭얼대고 삐지고 울기도 하며 가족이 함께 웃을 수 있는 여유와 미소를 안겨주는 동찬이다.
박 위원장도 여느 엄마 못지않게 우리 동찬이는 물놀이를 즐거워하고 소래철로 길을 건널 때는 갈매기 흉내를 내며 깔깔 웃는다는 둥 교보문고에 책을 보러 가면 혼자 소리를 중얼거리며 자기 의사표현을 한다는 둥 자랑을 늘어놓았다.
이제 동찬이는 올해 연일초등학교에 입학해 어엿한 1학년 학생이 돼 많은 친구들과 어울려 공부도 하고 공도 차고 뛰어노는 개구쟁이가 됐다.
때로는 크게 소리를 질러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해 당황하기도 하지만 문학산 공원에서 비둘기를 불러 먹이를 뿌려주는 천진한 아이, 이마트에 가면 시식을 하며 음 음 감탄사를 연발하며 맛있게 먹는 아이, 강아지랑 뛰며 공놀이도 하며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동찬이다.
박 위원장은 “동찬이가 비록 장애우로 태어났지만 넓은 세상을 향해 한발 한발 힘차게 내딛으며 꿈과 희망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뒷바라지할 것”이라며 “또 인격과 인격의 만남이 유지돼 동찬이가 살아가는 세상이 슬프지 않도록 사회가 원하는 재능을 찾아내 지속적으로 후원해 줄 것”이라고 계획을 말해줬다.
또 그는 “요즘은 동찬이를 알아보는 팬 분들이 많이 생겨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받고 있어 감사드린다”며 “신이 가족을 갈라놓지 않는 이상 절대로 헤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박미숙 위원장은 다비다원 이사장측의 비정상 운영에 제동을 걸고 장애우들과 직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지난 2008년 7월 30일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노조활동을 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끝으로 “작은 바램이 있다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마음을 활짝 열어 장애우들을 차별하지 않고 진정한 이웃으로 생각하며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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