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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안전 보고서 써라

  • 입력 2014.05.28 16:15
  • 기자명 홍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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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어제로 45일이 지났다. 이제는 이런 사고가 또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근원적 대책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때다. 그러나 엊그제는 고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화재가 발생해 65명(8명 사망. 57명 입원)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어제는 전남 장성 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29명의 사상자(21명사망. 8명부상)를 내는 대형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우리나라가 중진국 문턱을 넘어선 지난 1990년대 이후에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인재(人災)에 가까운 대형 사고가 발생해 오고 있다. 지난 1993년 서해 훼리호 침몰,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가 이어졌고 올해 초에도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 체육관이 무너져 대학에 갓 입학한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는 등 대형사고 안전 불감증이 가시지를 않고 있다.
그동안 인재로 인한 사고에 대비 유엔에서는 전쟁이나 분쟁 등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기아, 빈곤, 환경 파괴, 재난 등으로부터 개개인의 안전을 지키는 문제도 중요하다며 '인간 안보(human security)'를 내건 게 지난 1994년이다. 유엔 선진 각국은 이때부터 국민의 안전 문제를 인간 안보 차원에서 다뤄왔지만 대한민국은 거꾸로 달려왔다는 여론이다. 지난 달 4월 16일 일어난 세월호 참사는 이런 한국 사회를 향해 지금껏 걸어왔던 그 길을 앞으로도 계속 갈 것인지를 국민들은 걱정하고 있다.
지금 국민들은 국가의 틀은 물론이고 국민 의식까지 모두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런 측면에서 '국가 개조(改造)'까지 외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누가 이 막중한 일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아무도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이런 일들은 국회에서 밖에 할 곳이 없다는 여론이지만 지금 국회는 세월호 참사 인원을 구조하기도 전에 국감 운운하며 5월 국회를 소집 해 놓고 지난 27일 세월호 참사 가족들이 국회의 회의 모습을 보려고 하루 종일 국회의사당에 있었지만 국회는 여야의 협의를 못 이뤘다며 국회를 열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실망을 안겨 주고 있다. 이런 국회부터 개조해야 된다는 여론이 아우성이다. 정말 국회는 이제 변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정치적으로 극심하게 야야로 갈라져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만약 어느 한쪽에 의한 조사라면 다른 한쪽의 거부를 부를 수밖에 없는 구조가 우리 국회의 모습이다. 결국 정파(政派)를 뛰어넘은 초당적 접근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주위에 일어나는 대형사고의 대책은 국회가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회가 아니면 이 일은 참사를 부른 당사자 중 하나로 지목되는 관료 집단 손에 넘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를 일으킨 사람에게 해법까지 내놓으라고 주문하는 것이 된다. 선진 각국이 의회 주도로 주요 사건 조사위원회를 꾸리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많은 국민은 국회의 세월호 국정조사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국회가 그간 해왔던 수많은 국정조사가 그런 불신(不信)을 쌓아 왔기 때문이다. 우리 국회의 국정조사는 진상 규명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고 방송국 TV 카메라 앞에서 증인들에게 호통을 치고 상대를 망신주기 위한 정치 쇼에 불과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국회가 이번에도 그런 조사를 할 요량이라면 지금 국정조사 생각을 접는 것이 옳다는 여론이다. 그것은 억울하게 숨진 희생자들과 유가족, 가슴을 졸이고 기적을 기원해 온 국민에 대한 더할 수 없는 배신(背信)행위인 것이다. 이번만은 꼭 국회는 여야가 나라의 명예를 걸고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대한민국 안전 보고서를 작성해 주기 바란다. 이것이 나라의 운명을 거는 기적을 바라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국민들이 필요한 것은 국회가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안전보고서를 통해 일하는 국회라는 기적을 안겨주기 바란다.

홍성봉의 是是非非> 홍성봉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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