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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터미널 화재도 人災였다

  • 입력 2014.05.27 19:21
  • 기자명 홍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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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전 9시쯤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소재 고양종합터미널 지하 1층에서 불이 나 7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중경상을 입는 화재(火災)가 발생했다. 화재가 발생시 스프링클러가 작동했고 27분 만에 불길이 잡혔지만 유독가스가 에스컬레이터 계단을 타고 순식간에 건물 1~2층까지 번지면서 사상자가 많이 발생했다. 지하 1층 식당가에서 입점(入店)을 앞두고 점포 인테리어 공사를 하던 중 용접 불꽃이 건축 자재(힌나 등)에 튀어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
고양종합터미널은 지하 5층, 지상 7층 건물로 대형마트(지하 2층)와 1200석 규모의 영화관(지상 5~7층)을 비롯해 판매시설, 사무실, 터미널 대합실과 매표소 등이 들어서 있는 건물이다. 공사 관계자들은 당시 공사 중이라 에스컬레이터 앞에 설치돼 있던 연기 확산 방지용 방화 커튼 일부를 떼어놨다고 한다. 공사 중 방화 커튼을 떼려면 그걸 대신할 만한 안전 조치를 해놔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 인재(人災)를 불러운 것이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가 침수된 지 40여일이 지났으나 우리나라의 안전에는 변한 것이 없다. 우리나라는 용접 작업 도중 불티가 건축 자재로 튀어 화재로 번진 사고가 매년 수백 건에 달한다.
이날 사고로 7명의 사망자를 비롯해 모두 65명(사망 7명. 중상자 6명. 경상자 52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화재사고 역시 전형적인 인재(人災)로 드러나 변한 것이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소방당국은 종합터미널 지하 1층 음식점 코너 공사현장에서 용접작업을 하던 작업자의 부주의 때문에 화재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니 말이다.
주변의 한 상인은 “사고발생 수 일전부터 작업 현장 부근에서 5일 시너와 기름 냄새가 진동했다”고 말했다. 당시 입점을 앞둔 점포의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 중이었으며 가연성 자재가 다수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용접 작업장 주위에 불연성 칸막이를 설치하는 등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불이 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위의 여론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낮 시간에 화재가 발생했다면 대규모 참사로 이어질 뻔 한 아찔한 사고 였다는 것이다.
산업안전 관련 법령을 보면 통풍과 환기가 잘 안 되는 장소에서 용접 작업을 할 때는 불티가 튀는 것을 막는 덮개와 방화포를 설치하게 돼 있다. 또 작업장 주변에 화학성 물질이 있는지 확인하고 수시로 공기 중 인화성 물질의 농도를 측정해 일정 농도 이상이면 작업을 중단하고 환기를 해야 한다. 그러나 작업 현장에선 이런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선진국에선 용접 같은 위험 작업을 할 때는 사전에 소방 당국에 안전 대비 상황을 보고한 후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이번 화재 사고를 보면 우리 사회의 안전 의식이 세월호 참사 이전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대피구가 미로처럼 얽혀 있는 복합 상영관에서 영화를 볼 때 화재가 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여 기도하는 마음으로 본다는 사람들도 있다. 정부가 안전 관련 부처 조직을 키우고 마피아 같은 관료 집단만 수술하고 나면 '안전한 대한민국'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현장에서 안전을 무시하는 가치관과 분위기가 바뀌지 않으면 언제 어떤 참사가 또 발생할까 늘 가슴 졸이며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최근 한 달간 재난 위험이 있는 시설물 4000여 곳에 대해 안전점검을 실시했다고 하고 있으나 인명 피해를 부른 화재가 또다시 발생해 엄청난 재난을 당하고도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에 변화가 없다며 국민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성봉의 是是非非> 홍성봉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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