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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운항과 미숙한 대처가 피해 키워

  • 입력 2014.04.17 22:56
  • 기자명 홍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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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수학여행에 나선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 등 462명을 태운 대형 여객선 세월호가 16일 오전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좌초되는 대 참사가 일어났다. 15일 저녁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배는 `꽝`하는 소리가 난 후 침몰하기 시작해 사고 발생 2시간여 만에 가라앉았다. 사망ㆍ실종자 수가 280명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져 1993년 10월 전북 부안 격포 앞바다에서 사망자 292명을 낸 서해 훼리호 침몰 사건 후 21년 만의 참변(慘變)이다.
290여명 가까운 이들이 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다. 물이 들어차고 가라앉기까지 2시간 남짓 동안 벌어진 대참사다.
한밤중도 아닌데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생때같은 목숨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니 어처구니없다는 여론이 가슴을 친다. 숨진 넋들과 유족 앞에서 차마 할 말을 찾지 못할 지경이며 참담한 심정으로 조의를 표한다.
6825t이나 되는 큰 배가 단시간에 뒤집힌 걸 두고 암초에 의한 좌초, 선체 결함 등 추측이 무성하지만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짙은 안개 때문에 출항이 지연되다가 2시간여 늦은 오후 9시께 출항한 것으로 알려져 기상 여건 악화에도 무리한 출항을 감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사고 여객선이 운항시간을 줄이기 위해 권고 항로를 이탈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다급한 상황에서 승무원들의 미숙한 재난 대처도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여론이다.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에 뛰어들도록 대피요령을 알려줬다면 이처럼 인명 피해가 크지 않았을 것이다. 생존자들은 "배가 기울어져 위험하니 현 위치에 있어라" "구명조끼를 입고 기다려라"는 안내방송 때문에 대피가 늦었다고 증언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사고 직후만 해도 이렇게 엄청난 인명 피해가 날 것이라고는 예상할 수 없었다. 세월호는 좌초(坐礁) 후 선체가 왼쪽으로 90도 기울긴 했지만 2시간 반 가까이 떠 있었다. 해경·해군은 구조 선박 수십 척과 헬기 18대를 보내 구조 중이라고 했고, 일부 구조 장면이 TV에 방영되기도 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오전 11시 넘어 학부모들에게 '단원고생 전원 구조'라는 문자 메시지까지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오후 들어 구조 인원 집계에 착오가 생겼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안전행정부와 해경이 실종자 숫자를 수정해 발표하는 등 우왕좌왕했다.
세월호는 인천~제주를 오가는 6825t급으로 정원이 920명이나 되고 차량 180대와 컨테이너 150개를 선적(船積)할 수 있는 대형 여객선이다. 게임룸· 레스토랑· 샤워실도 갖추고 있다.   
이렇게 큰 배가 두 시간 넘게 떠 있었는데도 300명 가까운 실종자가 나왔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바람도 강하지 않고 파도도 잔잔한 편이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황당한 건 여객선이 '꽝' 하는 충격을 받고 기울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선내(船內) 방송이 '승객들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고 기다리라'고 반복해 안내했다는 사실이다. 재빨리 구명조끼를 입고 선실에서 나왔던 사람은 대부분 구조됐다. 승객 몇 백 명이 선체와 함께 가라앉았지만 선장과 선원은 대부분 살아 나왔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무리한 항로(航路)를 택한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민ㆍ관ㆍ군ㆍ경이 헬기, 경비정, 민간 어선 등을 총동원해 인명 수색과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최선을 다해 마지막 한 명까지 구조해주길 바란다.

홍성봉의 是是非非> 홍성봉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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