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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개혁 기대한다

  • 입력 2014.03.21 18:57
  • 기자명 홍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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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엊그제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관(民官)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는 형식과 내용 모두 파격적이었다는 여론이다. 정부는 당초 4시간가량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오후 9시까지 7시간이나 이어졌고 모든 참석자들의 발언이 TV로 생중계되기도 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규제개혁이란 단일 주제를 놓고 대규모 민관 토론회가 열린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민간 참석자들이 직접 겪은 규제의 폐해를 생생하게 전할 때마다 주무 장관들은 당황해 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회의에선 중견·중소기업 대표와 자영업자 등 민간 부문에서 60여명이 참석해 정부의 과잉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발언 내용을 보면 “공장 두 곳 연결하는 지하통로 만드는데 법은 모호하고 담당 공무원은 소극적 이었다” “푸드 트럭 창업자의 80%가 청년들인데 식품위생법상 푸드 트럭 영업활동이 불법이다”라는 등 참석자들은 모처럼 하고 싶은 말을 쏟아 놓았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제품 인증절차에 대한 중소기업인의 지적을 받자 “콜 센터가 2주일 전 개설됐다”고 답했다가 “번호만 받았고 개통일은 26일”이라고 바로잡는 등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아무리 공무원을 다그치고, 청와대가 '끝장 토론'을 생중계하더라도 규제 개혁의 제대로 된 성과가 나오기 쉽지 않다는 여론이다. 정부는 이날도 작년 말 현재 1만5269건인 등록 규제를 2016년까지 1만3069건으로 2200건 줄이겠다고 밝혔다. 역대 정권이 규제 철폐와의 전쟁에서 실패해온 이유는 이렇게 규제 건수(件數)를 줄이는 데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정말 기업들이 신발 속 돌멩이처럼 여기는 규제는 꼭꼭 숨겨 두었다가 규제 개혁 목소리가 시들었다 싶을 때 다시 기업들을 괴롭히고 나오는 것이 공무원들의 모습이었다.
기업 현장에는 '법보다 무서운 것이 시행령, 시행령보다 무서운 것이 시행규칙, 시행규칙보다 무서운 것이 고시(告示), 예규(例規)'라는 말이 있다. 국회나 중앙정부가 새로운 규제를 하나 만들면 담당 부서가 시행령으로 규제를 몇 개 추가하고, 지방자치단체들은 고시나 예규를 만들어 더 까다로운 절차를 깔아놓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 투자 활성화 대책으로 메디텔(병원 입원 환자를 위한 호텔)과 관광호텔 신축에 대한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놨지만 여태 지자체 허가가 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규제개혁 장관회의 겸 민관 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앞으로는 공무원 평가 시스템을 전면 손질해 책상이 아니라 현장에서 창의성을 발휘하고 규제 개혁에 적극 나서는 공무원이 좋은 평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보신주의에 빠져 국민을 힘들게 하는 부처와 공무원은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도 하여 앞으로 공무원들의 변하는 모습이 주목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변죽’만 울리는 정도였지만 국회의 문제점도 심각하다. 현 정부 출범 후 의원입법을 통해 발의된 법안 10개 가운데 약 7개는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었다. 아무리 대통령이 규제 혁파를 강조하고 행정부가 법안을 마련해도 국회가 발목을 잡으면 ‘덩어리 규제’는 풀리지 않는다. 정부는 규제개혁을 대기업과 부자만을 위한 정책으로 몰아가는 이데올로기적 공격에도 정면으로 맞서야 할 것이다. 정부는 제대로 된 규제 혁파로 성장과 일자리 창출, 소득 증가를 이끌어내는 데 박근혜 정부의 성패(成敗)와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는 것이다. 
홍성봉의 是是非非> . 홍성봉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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