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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돈 58억원 빼먹은 5급 공무원

  • 입력 2014.02.12 22:22
  • 기자명 홍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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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늘 지적돼온 문제가 아니지만 공무원ㆍ공기업 사회의 비리와 부패가 너무나 심각하다. 공복(公僕)으로서 기업과 국민들의 편의를 돌봐주기는커녕 직위를 이용해 금품을 챙기고 청탁을 일삼는 등 사적 이익만 추구하고 있으니 한심해도 이렇게 한심할 수가 없다. 
지난해 말 국민권익위원회의 국민부패인식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기업인의 37.6%가 공직사회 부패가 기업 활동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고 응답했고 19.3%는 지난 1년간 금품ㆍ향응선물 등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한다. 공무원들이 시시콜콜 기업 활동의 발목을 잡으며 걸림돌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 일반국민들도 절반 이상(57.1%)이 공무원사회가 부패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공직사회의 부패를 인정하는 공무원은 3.1%에 그쳐 도덕불감증(모럴 해저드)이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여실히 드러냈다. 공기업 비리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지난 5월 시작된 대검찰청의 공기업수사에서 공사수주 알선 대가를 챙긴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사람만 82명에 이른다. 안방 침대 밑에 2000만 원 이상의 상품권을 숨겨둔 사례가 적발되는가 하면 임직원 가족이 이권에 개입한 경우까지 있었다. 공무원들의 나랏돈 빼먹는 수법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이번 영등포 경찰서가 적발한 고용노동부 5급 공무원의 브로커 범죄는 완전히 새로운 수법의 공무원 범죄의 세계를 보여줬다. 공무원이 정부 전산망을 통해 알아낸 개인 및 기업 정보를 활용해 회사를 차려 조직적으로 영업활동까지 벌인 것이다.
이 공무원의 타깃은 국가가 고용 창출과 기업 활동 활성화 명목으로 기업들에 지원하는 지원금이었다. 막대한 지원금이 있지만 영세 기업들은 이런 제도를 몰라 이용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정부 전산망에서 수혜 대상자를 확인하고, 이들에게 지원금을 수령토록 한 뒤 수수료로 30%를 받았다는 것이다. 영업엔 가족과 친지 그리고 지인들과 세운 회사들이 나섰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이 무려 58억 원이다. 이는 나라 금고에 직접 손을 댄 횡령 범죄나 민간과 유착해 벌이는 부정부패 등 전형적 공무원 범죄와 달리 정책 수혜자의 권리 일부를 공개적으로 착복하는 새로운 수법으로 5년 이상 300여 명을 고용하며 안정적으로 사업을 유지해 왔다는 것이다.
이 범죄와 최근 빈발하는 공무원의 횡령 및 유착 범죄들을 보며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공무원 범죄가 단순한 기강해이를 넘어 공무원들이 나랏돈을 국민이 피땀 흘려 벌어 나라에 바친 혈세라는 인식 없이 주인 없는 눈먼 돈으로 보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점이다. 범죄가 아니더라도 혈세의 낭비 사례는 곳곳에 산재한다. 나랏돈은 혈세라는 의식의 무장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이런 신종 범죄가 5년 이상 지속됐다는 점에서 공무원 감사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건 아닌지도 긴급히 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
이제라도 공직 사회의 도덕과 가치관을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리가 발견되는 공무원은 일벌백계로 다스림으로써 다시는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규제를 과감히 철폐(撤廢)해 공무원이 개입할 여지 자체를 줄이는 일도 대단히 중요하다. 공직사회가 기업 활동과 서민 편의를 지원하지는 못 할 망정 최소한 방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부는 보조금 비리·부정에 대한 단속은 물론, 국민 세금이 꼭 필요한 곳에 정확히 쓰이는지 확인할 수 있는 예산 집행·검증 시스템부터 서둘러 보완하고 강화해야 한다. 
홍성봉의 是是非非> 홍성봉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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