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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와 개혁 그리고 혁신

  • 입력 2014.01.22 18:18
  • 기자명 홍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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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지난 20여 년 동안 우리 사회를 이끌었던 주된 개념은 변화와 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년 전 세계화시대를 향한 발 빠른 대응을 주문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말끝마다 변화와 개혁을 강조했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처자식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던 말이 생각난다. 여기에 또 한 개념이 있었다면 지난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고 난 직후 취임한 김대중 대통령은 제2의 건국을 내세우면서 이른바 혁신을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변화는 외부의 흐름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을 뜻하는데 개혁과 비교하면 소극적이고 개별적이었다. 변화와 개혁이 바꾸는 데 초점이 있다면 혁신은 창조에 가깝다. 변화가 나라를 바꾸는 것이라면 개혁은 조직을 일신하며 혁신은 전혀 다른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데 초점이 있어야 한다. 그 때문인지 정권만 바뀌면 혁신보다 변화와 개혁을 주장해 오고 있다. 개혁은 한마디로 없는 것을 새로 만들기보다 있는 것을 바꾸는 것이 수월한 까닭일까 ?
문제는 변화와 개혁은 혁신의 효과라고 할 수 있다. 그간 나름의 성과를 냈을 터이지만 최근 들어 이들 개념이 더욱 강조되는 것을 보면 성과가 미흡했음을 짐작케 한다.
여기에는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 속에서 변화와 개혁이 일회적으로 완료될 수 없는 특징이 있음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경쟁체제 속에서 잠시라도 방관하면 곧바로 대열에서 뒤처지고 말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변화와 개혁을 강조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그 주된 내용으로 공기업 개혁과 창조경제를 통한 혁신경제 추구와 내수 활성화 등을 강조했기에 혁신을 거론한 듯 보이지만 우리 사회에 지금 절실한 혁신은 공기업들의 정화라고 할 수 있다. 수 십 년 동안 우리나라는 공기업의 수장들을 낙하산으로 내려 보내 노조에 밀려 허수아비 역할을 하며 빚더미 속에서도 고임금속에 호화로운 생활을 보내 왔다. 이제는 단호한 혁신과 뼈를 깍는 아픔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창조경제를 앞세워왔음을 감안하면 추구하는 가치도 변화와 개혁보다 혁신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으나 다만 낡은 틀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뜻인 혁신의 측면에서는 시대적 요청을 분명하게 접목시키지 못한 탓인지 창조경제는 지금껏 겉돌기만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시대의 혁신이란 과연 무엇인가?  지난 2012년 대선 과정에서 여야 할 것 없이 복지국가를 천명하고 법·제도를 정비하겠다는 것이 변화와 개혁을 말한 것이다. 오랜 그늘의 문제를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하는 낡은 논쟁에서 벗어나 복지국가 탄생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청되고 있었던 것이다.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와 혁신은 공기업 개혁을 우선하고 수출과 내수의 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데 머물러 있을 의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3개년 계획 등 단계적으로 설정될 문제가 아니다. 우선 공기업 개혁과 경제 균형은 당연히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우리 사회의 혁신 의제가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복지국가에 대한 국민의 요청과 필요성은 이미 충분히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대응체계는 너무나 열악하기에 이를 구축하자면 성장과 분배와 같은 낡은 패러다임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지금 정부의 지출 중 사회보장비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3분의 1 수준이 아닌가?
우리의 혁신은 사회보장 수준을 언제까지 OECD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선포하고, 그에 필요한 조치를 치밀하게 마련하기 위해 국민들을 대화와 소통으로 설득하는 데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지금 박 대통령의 재임 중 진정한 혁신과 개혁의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홍성봉의 是是非非>  홍성봉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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