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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 싸움접고 헌재 존중해야

  • 입력 2009.11.12 06:20
  • 기자명 김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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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간의 4개월간의 지루한 싸움이었던 미디어 법은 이제 헌재를 존중해야될 것이다. 지난 7월 미디어법 개정을 둘러싸고 여야는 쉴 새 없이 각을 세워왔다. 국회가 답을 내지 못한 채 헌법재판소에 답을 구함에 따라 헌재가 나섰던 것이다. 헌재는 지난달 29일 신문법과 방송법 가결 선포를 무효로 해달라는 야당의 주장을 기각했다.
결론이 났는데도 뒷맛은 씁쓸하다는 여론이 가시지를 않는다. 한 여당 초선의원은 원하던 대로 미디어법이 통과된 셈인데 이겼다는 말을 못하겠다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는 “애초부터 미디어법 상정 과정을 놓고 헌재까지 동원해 싸울 일은 아니었다”며 “여야가 오랫동안 상처뿐인 소모전을 벌인 게 부끄럽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야당으로부터 미디어법 개정 당시 다른 여당 의원의 대리투표를 했다고 공격받은 바 있다. 여야 의원들은 본회의장 영상과 컴퓨터 기록을 계산하며 진실게임을 벌여 왔다. 의원간 실명을 건 비방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초 단위까지 동원한 ‘정밀 분석’에 일부 보좌진은 “의정활동을 저렇게 치밀하게 하면 스타 되겠다”고 혀를 차기도 했다는 것이다. 국회 사무처는 여야의 자료 요구에 끌려 다니며 시간을 허비하는 등 허송세월로 4개월이 흘렀다.
민주당은 정부 여당에 미디어 법 날치기에 대한 공개사과를 요구했고 9월 정기국회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국회가 일을 해야 할 때마다 ‘미디어 법’이란 한 단어가 발목을 잡아 왔다. 최문순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법통과에 항의하며 사퇴서를 쓰는 등 수난은 계속되어 왔다.
이제 게임은 헌재 결정으로 끝났으나 아직도 마무리는 시원하지가 못하다는 얘기다. 벌써부터 내년 예산안과 복수노조 문제 등 현안들을 놓고 여야간 또 다른 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디어 법 논란으로 대한민국 국회는 해외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최근 한국 국회를 ‘세계 최고 난장판 국회’로 꼽으며 “한국 민주주의는 종합격투기를 통해 이뤄진다”고 꼬집기도 했으니 국제적인 망신창이가 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국회상이다. 미디어 법 상정 당시 국회 본회의에서 벌어진 쇠망치를 비롯해 쇠톱이 등장하는 등 난투극을 빗댄 것이다. 국민들의 속도 까맣게 타들어갔던 국회의사당의 모습이었다.
최근 헌재가 결정을 내리자 야당은 ‘정치적 판결’이라고 반발하고 있으나 게임은 끝난 것이다. 야당은 헌재의 판단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법을 존중할 줄 아는 국회의 모습을 국민들은 바라고 있는 것이다. 이제 판결이 내려진 법의 후속조치에 관심을 갖고 대처해 주길 바란다. (정치외교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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