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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곳 밝히는 종교 참모습 보여주길

  • 입력 2014.01.14 20:22
  • 기자명 홍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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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2일 빈곤층과 소외된 계층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며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에서 염수정 서울대교구장을 비롯해 새 추기경 19명을 임명했다.
한국에서 추기경이 나온 건 고(故) 김수환 추기경(1969년)과 정진석 추기경(2006년)에 이어 세 번째의 추기경이 한국에서 탄생되는 기쁨을 받았다. 로마교황청이 한국 천주교회의 위상을 그만큼 높이 평가한다는 의미로 신자들에게는 물론이고 국민의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지난 13일 아침 서울명동성당 서울대교구청 집무실에서 염수정 추기경(71세)은 “저는 지금 꿈을 꾸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이웃을 넘어 형제처럼 살아가는 꿈입니다.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고 기도하고 있습니다.”첫 소감의 말씀이라고 보도 되었다.
13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임명 축하식에서 염 추기경은 “뿔뿔이 흩어진 양들을 모아 화해와 공존을 추구하고 한 가족 같은 공동체가 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추기경은 교황의 고문(顧問)이자 최측근 협력자로서 세계 천주교회를 이끌며 교황 선거권과 피(被)선거권을 갖게 된다. 한국 천주교는 500만 명이 넘는 신자를 갖고 있고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재정 분담금을 내면서도 지난 2년 동안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엔 참여하지 못했다. 정 추기경이 교황 선출 권을 가진 추기경의 연령 상한인 80세를 넘었기 때문이다. 이제 염 추기경 서임으로 한국 천주교는 세계 속의 위상을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009년 선종한 김 추기경은 종교는 물론이고 이념과 정파, 지역과 계층을 초월한 나라의 큰 어른이었고 국민의 정신적 지주였다. 새로 탄생한 염 추기경도 국민 모두를 통합으로 끌어안는 치유의 지도자가 돼 주었으면 한다.
천주교가 이 땅에 들어온 지 200년이 넘는 동안 한국 천주교회는 숱한 박해와 어려움 속에서도 약자들의 편에 서서 복음을 전파해 왔다.
염 추기경은 3형제가 신부인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지금도 후배 신부들과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톡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화력이 있다고 한다. 염 추기경은 교회에서 사목을 담당하며 자살과 낙태·배아복제 반대 활동을 하는 서울대교구생명위원회를 이끌어 오고 있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뜻을 이어 만든 봉사 단체인 '바보의 나눔', 장학 재단 '옹기 장학회'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염 추기경의 이런 추진력과 친화력이 온 나라에 퍼져 사랑과 봉사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씨앗이 되기를 우리 국민들은 기대한다.
천주교는 산업화를 거쳐 민주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기여한 바가 크다. 오늘날 신자 수가 500만 명을 넘어 증가세를 이어 가는 배경이다. 그러나 최근엔 정의구현사제단 등 일부 사제의 편향된 정치적 언행 때문에 교회가 분열되고, 신도들이 오히려 사제를 걱정하는 지경이 됐다. 염 추기경이 지난해 말 강론에서 “가톨릭교회 교리서에 사제가 직접 정치적이고 사회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선을 그은 것도 그런 우려를 대변했다고 봐야 한다.
한국 천주교는 200여 년 전 이 땅에 발을 들여놓은 이래 박해와 시련 속에서 기적 같은 성장을 거듭했다. 초기 천주교 순교자(殉敎者) 1만여 명 가운데 대다수는 양반이나 지식층이 아니라 사회 밑바닥에서 고통을 받으며 살다가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름 없는 사람들이었다. 염 추기경의 조상도 박해를 피해 충청도 산골에서 옹기를 구우며 신앙을 지키다 순교했다고 한다. 염 추기경이 우리 천주교 혈맥(血脈)에 내재한 이런 유전자를 믿음의 자산으로 삼아 우리 사회의 낮은 곳과 어두운 곳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교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지친 영혼들을 어루만지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온기를 불어넣어 화해와 공존을 이루는 일에 앞장서기를 기대한다.

홍성봉의 是是非非> 홍성봉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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