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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의 말장난 신년사

  • 입력 2014.01.10 10:30
  • 기자명 홍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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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제의한 설맞이 이산가족 상봉이 북한의 거부로 무산되고 말았다. 북한은 나흘간 침묵을 지키다 엊그제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은 판문점을 통해 보낸 통지문에서 좋은 계절에 마주 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기며 설 상봉을 무산시켰다.
북한 김정은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북남(남북) 사이 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혹시나 하고 기대를 했지만 이산가족 상봉 거부로 조석으로 바뀌는 북한의 허위임이 드러났다. 그러나 통일부가 지난해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을 분리해 대처하겠다고 밝힌 것도 북한의 상봉 거부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북한은 지난해 우리 측의 이산가족 상봉 제의에 금강산 관광 재개 회담을 함께 열자고 역 제안했었다. 인도적 행사를 돈벌이와 연계하는 것은 비인도적인 장삿속이라며 우리 측은 지난해 9월 분리해 만나자고 했었다가 상봉행사를 나흘전에 무산시킨 것이다. 이어 이번 제의도 거부해 남북으로 흩어진 혈육의 재회는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북측의 통지문에는 남측에서 곧 대규모 합동군사 연습이 벌어지겠는데 흩어진 가족ㆍ친척 상봉을 마음 편히 할 수 있겠느냐며 연례적인 한ㆍ미 합동군사훈련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지난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매년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이어졌고 이명박 정부 때도 2009년과 2010년 한 차례씩 상봉했는데 그때 만남은 뭔가? 북한 김정은 신년사는 결국 장성택 처형 후 내부 결속용이었음이 드러났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통지문에서도 북한은 우리 제안도 같이 협의할 의사가 있다면 이라는 단서를 달았다고 한다. 이산가족 상봉은 인도적 차원이지 어떤 대가가 있어서는 안 된다. 북한은 금강산관광 재개와 같이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우리 측은 관광객 신변 안전 문제가 해결돼야 하기 때문에 별도 회담을 하자는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은 2010년 10월을 마지막으로 3년 넘게 중단된 상태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에 복잡한 조건을 달지 말고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남북간 민족적 과제다. 상봉 신청자의 80.1%가 70대 이상 고령층이어서 해마다 4000명 이상이 세상을 뜨기 때문에 하루가 급한 것이다. 상봉 신청자 12만9000여명 가운데 이미 5만6500여명이 사망했다. 김정은은 지난 8일 생일을 맞아 전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데니스 로드먼 일행을 초청해 북-미 친선농구대회를 열었다. 엘리엇 엥겔 미 하원의원은 로드먼의 방북은 히틀러를 점심 식사에 초대하는 것과 같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고모부 장성택을 끔찍하게 처형한 지 얼마 안 돼 아무 일 없다는 듯 코걸이 귀고리를 한 로드먼을 불러 농구경기를 벌이는 김정은의 태도는 이런 지도자가 이산가족의 아픔을 이해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정녕 난망(難望)이란 말이 아니고 무엇인가?
북한의 진심은 우리의 제안도 다 같이 협의할 의사가 있다면 이라고 한 구절에 담겨 있는 것으로 보아 북이 말한 우리의 제안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협의를 말하는 것이다. 북은 지난해 9월에도 우리 측이 금강산 관광 재개 실무회담 개최를 받아들이지 않자 양측이 사전 합의했던 이산가족 상봉 날짜를 나흘 앞두고 일방적으로 행사를 취소했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것은 지난 2008년 북한 군인이 우리 측 관광객 박왕자씨를 총으로 사살했기 때문이다. 북은 무고한 민간인을 살해해 놓고도 여태껏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고 재발 방지책도 내놓지 않았다. 북이 진정 금강산 관광을 원한다면 먼저 민간인 총격 사망 사건에 대해 사과부터 해야 할 것이다.

홍성봉의 是是非非> 홍성봉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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