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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와 화해’ 남기고 떠난 만델라

  • 입력 2013.12.09 17:10
  • 기자명 홍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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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의 백인 소수정권의 인종차별정책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서 흑인에게도 투표권을 달라며 자유와 평등, 화해의 정신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일깨우며 살아온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우리 시대를 상징하는 거인 첫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이 5일 밤(현지시각) 지상에서의 의무를 다하고 95세로 영면에 들어갔다. 
자유를 향한 길고도 먼 여정을 마친 넬슨 만델라의 명복을 빈다.
이 소식을 들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일 밤 95세로 타계한 넬슨 만델라 전(前)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에 대해 "만델라라는 사표(師表)가 없는 내 인생은 상상할 수도 없다"고 애도의 뜻을 밝혔다고 한다.
만델라가 인류의 사표가 된 것은 남아공의 악명 높은 아파르트헤이트(흑백 분리정책)를 철폐시킨 공로 때문이 아니다. 그가 27년이나 감옥 생활을 하고서도 대통령에 올랐다는 입지전적인 삶 때문도 아니다.
그는 종신형을 받고 27년간 외딴섬의 감옥에서 보내면서도 인간에게는 불굴의 의지가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를 박해한 적(敵)과 타협하고 관대함과 화해를 베풀었던 거인이었다. 이념이나 폭력에 의지하지 않고도 공존하는 길을 제시해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임을 보여준 진정한 정치지도자이기도 했다. 남아공 국민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를 보낸다.
만델라는 남아공의 포악한 인종차별정책과 싸우다 외딴 로벤섬 감옥에서의 17년을 비롯해 28년의 수형생활도 그의 신념과 소망을 꺾지 못했다. 지난 1990년 72세가 되어 석방된 만델라는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자유와 평등, 민주를 위한 투쟁을 계속할 것임을 천명하고 나섰다. 그러다가 그는 1964년 내란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재판의 최후진술에서 만델라는 “나는 일생 백인이 지배한 사회에도, 흑인이 지배한 사회에도 맞서 싸웠다. 고 했다. 모든 사람이 평등한 기회를 갖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건설하자고 했다.
만약 만델라가 없었다면 정치 보복과 갈등 없이 국민대통합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는 젊은 날에 무장투쟁을 불사했던 게릴라 지도자였으나 ‘다인종 남아공’을 위해 타협적 실용주의 노선을 걸었다. 1990년 석방돼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의장으로 정부와 협상을 통해 인종분규를 평화적으로 마무리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화해와 진실 위원회’를 만들어 관용과 극복의 정신으로 과거를 청산해 지난 1993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뒤 이듬해 대통령이 되면서 민중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는 지도자로 성장했다.
그의 진가는 1994년 흑인에게 투표권이 부여된 첫 선거에서 이겨 첫 흑인 대통령이 된 후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가 택한 길은 백인 사회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 진실에 기초한 대화합을 부르짖은 것이었다. 흑인에게 심한 탄압과 테러 등을 자행한 사람도 진실화해위원회(TRC)에 출두해 자신이 한 일을 솔직하게 밝히고 용서를 구하면 사면 받을 수 있게 하는 관용을 베풀고 화해를 했다. 이 위원회에 출두한 사람이 수 천 명에 이른 것은 만델라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진실 화해의 모델’은 부끄러운 과거사를 청산해야 하는 여러 나라에 좋은 본보기가 되어왔다. ‘화해의 정치’를 실천한 그는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었던 종신 대통령을 맡아 달라는 국민 다수의 요청을 물리치고 임기만 마치고 깨끗이 물러나 법치국가의 틀을 다졌다.
만델라의 성취가 혼자만의 것은 아니지만 ‘정의는 반드시 이뤄진다’는 그의 뚜렷한 역사관과 ‘흑인과 백인이 평화적으로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믿음이 여러 요인으로 갈라진 지구촌에 그가 여전히 유효한 까닭이다. “한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국민과 국가를 위해 해야 할 의무라고 생각하는 것을 다 마쳤다면 그는 평안하게 안식을 취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홍성봉의 是是非非> 홍성봉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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