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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 공기업 호화사옥 백지화부터

  • 입력 2013.11.15 18:02
  • 기자명 홍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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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빚더미에 올라앉은 공기업들이 임원들의 연봉을 수 억 원씩 받는 것은 물론 호화 신사옥 건축이 점입가경이라는 여론이 아우성이다. 엊그제 경제부총리께서 공기업 간부들에게 이제 께임은 끝났다고 일침을 가했다니 늦은 감은 있지만 국민들이 대 환영을 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균형 발전이라는 타이틀로 수도권에서 지방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공기업들이 약속이나 한 듯 수 천 억 원씩 쏟아 부어 리조트 급 호화 사옥을 앞 다퉈 짓고 있다는 것은 오래 전 이야기다. 마치 ‘사치 경쟁’이라도 벌이는 듯 하다는 여론이 아우성이다. 이에 뒤늦게 국민의 여론을 알았는지 감사원이 설계변경까지 요구했지만 오불관언(吾不關焉)이라는 것이다.
몇 곳은 공간 일부를 임대하겠다거나 주민에게 개방하겠다는 꼼수로 빗발치는 비난여론을 무마하려 하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방만한 경영에 멍든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끝이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감사원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최저 임금 5-6천원에 매달리지 말고 최고 연봉제를 도입하여 공기업 간부들이 멋대로 연봉을 올려 받는 것을 단속 해야 된다는 여론이 아우성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공기업들이 짓겠다는 사옥의 규모나 시설을 들여다보면 입이 벌어진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어느부서 누구도 말하는 부처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였장수 마음대로 빚이 140조원 가까운 한국토지주택공사(LH·사장 이재영)는 약 3800억 원을 들여 진주에 신사옥을 짓고 있으며. 건물 안팎을 마감하는 내·외장재로 외국산을 쓰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또 빚이 26조원으로 하루 이자만 32억 원을 물고 있는 도로공사는 빚을 내 빚을 갚는 처지임에도 기존 청사보다 4.5배나 넓은 청사를 짓고 있다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그리고 가스공사(사장 장석효)는 4배가량 늘린 신사옥에 수영장을 비롯한 각종 편의시설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95조원의 빚더미에 올라앉은 한국전력(사장 조환익)과 자회사 등 10개사의 신사옥 비용은 1조7000억 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일부 기업들은 호화사옥을 짓겠다고 덩그러니 땅을 판 뒤 이번에는 건축비용을 걱정한다는 것도 문제인 것이다. 기존 사옥을 팔아 비용을 충당해야 하지만 부동산 침체로 상당수가 사옥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사옥을 팔지 못하면 또 빚을 내 호화사옥에 쏟아 부어야 한다.
공기업은 부실경영이 도마에 오를 때마다 쇄신을 다짐했다. 부채를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 매겠다 고도 했다. 특히 각종 요금을 올릴 때면 이 같은 소리는 빼먹지 않고 했다. 뒤돌아서면 딴청이나 부리며 분에 넘치는 사옥을 짓겠다고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 붓는 곳이 한둘이 아니니 ‘쇄신 다짐’은 ‘거짓 다짐’으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적자 축소를 위해 공공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곧이곧대로 들릴 리 있겠는가?
295개 공공기관 부채는 500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고 한다. 산더미같이 쌓인 빚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떠넘겨지게 되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정신 나간 공기업의 호화사옥 건립부터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 지난 정부에서 성남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이 앞 다퉈 호화 청사를 짖고 빚더미에 허덕이는 것을 보고 정부는 지자체 청사의 신축절차를 까다롭게 하고 면적을 제한하는 정부관리지침을 마련한 바 있다. 전수조사를 벌여 호화사옥이라고 판단되는 공기업에 대해서는 건축을 백지화시키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많은 공기업들이 정부의 '공기업ㆍ준 정부기관 예산편성 지침' 등을 어겨가며 성과급ㆍ복리후생비 등에 돈을 펑펑 쓴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지침 등을 위반해도 회수명령 등 강력한 제재를 받는 공기업은 없다. 이러니 악습이 끊이지 않고 적자에도 흥청망청 성과급 잔치를 벌이며 무슨 낯으로 국민에게 손을 벌리는가?

홍성봉의 是是非非> 홍성봉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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