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에 진입하면서 사회 문화도 변하고 있다. 지난 주말 한 지인의 아들 결혼식에 갔었다. 그러나 어느 결혼식이나 다 그렇듯이 이날도 주차장은 차량들로 붐볐고 결혼식장은 축하객들로 넘쳤다. 그런데 이날 눈길을 끈 것은 주례 없이 결혼식이 치러졌다는 것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문화도 변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회자가 결혼식이 시작되기 전 잠시 안내 말씀을 드리겠다고 하더니 "금일 결혼식은 두 사람의 진정한 사랑을 다짐하며 혼인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만들기 위해 주례 없는 예식으로 진행되오니 오늘 오신 하객 분들께서 이 결혼식의 증인이 되어 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말한 뒤 곧 이어 결혼식이 시작됐다. 그러자 이곳저곳에서 '이상한 결혼식'이라며 수근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이날 결혼식은 예상과 달리 어색하지 않게 아주 훌륭하게 치러졌다고 생각한다. 아직 주례를 고집하는 부모들이 많긴 하지만 최근 결혼하는 열 쌍 중 두 세 쌍은 주례 없는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지난 달 20일 인기 개그맨 김준현이 주례 없는 결혼식을 하는 등 대중 스타들까지 가세하면서 주례 없는 결혼식이 새로운 혼례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최근 결혼식에 가보면 신랑이나 신부 아버지가 주례를 보는 경우도 있고 또 신랑과 같은 연령대의 친구가 주례를 보는 등 결혼식문화가 다양하게 바뀌고 있다. 우리의 전해오는 풍습으로 보면 東方禮儀之國이라는 전통으로 일반적인 결혼식에선 언제부터인가 주례가 없으면 결혼식을 할 수 없는 것처럼 여겨져 왔다. 본인도 수없이 주례를 섰지만 사회적으로 덕망이 높은 사람을 찾는 것도 문제지만 신랑과 신부 측에서 생각하는 사람이 다를 수도 있기 때문에 이 문제로 결혼식도 올리기 전에 사돈 간에 얼굴을 붉히기도 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이렇게 주례 모시기가 힘들다 보니 예식장마다 직업주례를 3~4명씩 확보해 주례를 정하지 못한 신랑·신부들에게 추천해 주고 했다.
하지만 이들은 신랑·신부와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결혼식 당일 신랑·신부 프로필만 받아서 평소 하던 주례사에 이름만 바꿔 주례를 해야 되는 모순이 있다. 그러다 보니 주례사가 항상 천편일률적이다. 또 훌륭한 주례를 모셨다 해도 주례사가 너무 길거나 훈계조의 말씀을 하는 경우도 있어 신랑·신부는 물론 축하객까지도 짜증이 나는 경우가 있다.원래 우리의 전통혼례에는 주례가 없다. 우리나라에 주례가 정식으로 등장한 것은 '예식장 문화'가 시작되면서부터다. 그렇기 때문에 주례 없이 결혼식을 치르는 것이 결코 잘못된 게 아니다. 우리 전통혼례에서는 성혼(成婚)선언문만 읽고 나면 일가 천척과 이웃들이 함께 모여 먹고 즐기면서 신랑·신부를 축하해줬다. 주례 없는 결혼식은 특별한 게 없다.
일반 결혼식에서 주례가 하던 '신랑 신부 맞절' '혼인서약' '성혼선언문 낭독' '주례사'를 사회자와 신랑·신부, 양가 부모님이 나눠서 하면 된다. 일반 결혼식처럼 신랑과 신부가 입장한 후 사회자의 지시로 서로 맞절을 하고 혼인서약의 경우 신랑은 신부에게, 신부는 산랑에게 서로 '사랑하고 앞으로 잘 살아가자'는 애틋한 사연을 적어 읽어주면 된다.성혼선언문은 신부 부모님이나 신랑 부모님 중 한분이 낭독하면 되고 주례사는 신랑· 신부 부모님이 각각 자식들을 키우고 결혼시키기까지의 과정과 앞으로 열심히 살아가 달라는 덕담의 글을 써서 읽어주면 된다. 주례 없는 결혼식이 좋은 점은 일반 결혼식의 경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신랑·신부 부모님들이 축하객들에게 정식으로 "축하해 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할 기회가 없는데 주례사를 대신하다 보니 인사할 기회를 갖게 된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주례 없는 결혼식이 새로운 혼례문화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호화결혼식이 항상 문제가 돼 왔다. 앞으로 좀 더 발전하여 주례 없는 결혼식이 검소하고 소박한 혼례문화 정착에 기여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홍성봉의 是是非非> 홍성봉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