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안도현 재판으로 본 국민참여재판

  • 입력 2013.11.05 17:48
  • 기자명 홍성봉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엊그제 전주지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참여재판)에서 지난해 대통령선거 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허위 사실로 비방한 혐의로 기소된 시인 안도현 씨에 대해 배심원 8명이 전원일치로 무죄 평결을 내렸다. 안 씨는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이었다. 재판부(재판장 은택)는 원칙적으로 변론이 종결된 날 선고를 해야 하는데도 “평결과 견해가 다르다”며 선고를 다음 달 7일로 연기했다.
재판부가 배심원 평결에 당혹감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국민참여재판을 놓고 ‘지나친 감성(感性) 재판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어 앞으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최근 일부 사건의 배심원 평결에 대해 상식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나오는 여론이다.
개별사건을 이유로 제도 자체를 흔들려 하거나 드러난 문제점을 방치하는 것 모두 온당치 않은 태도다.
시인 안도현씨에 대한 참여재판이 엊그제 전주지법에서 열렸는데 재판 내용은 지난해 대선 때 문재인 후보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안씨는 당시 트위터를 통해 박근혜 후보를 비방한 혐의 로 기소됐다. 이 재판에서 배심원들이 전원일치로 무죄 평결을 했으나 재판부는 “재판부 견해와 일부 다르다”며 선고를 연기했다고 한다.
법조계에선 “선대위원장이었던 안씨가 사실이 아닌 내용을 계속 올렸다면 비방 의도가 없었다고 봐야 할지 의문”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는 여론이다. 지난 달 2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참여재판에선 박 대통령의 동생 지만씨에 관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주진우 시사인 기자 등에게도 무죄 판결이 나왔다.
배심원 구성은 배심제가 발달한 미국에서도 종종 문제를 일으킨다고 보도된봐도 있다.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의 발단이 됐던 로드니 킹 사건은 흑인인 로드니 킹을 집단 구타한 백인 경찰관들에게 백인 중심의 배심원들이 무죄 평결을 내린 데서 비롯됐다.
안 씨에 대한 평결도 지역에 따라 상반된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법은 어디서나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는 법 감정에 어긋난다. 배심 평결은 권고적 효력만 갖고 있다. 재판부는 전원일치 평결이 주는 압박에서 벗어나 헌법과 법률에 따라 안 씨의 유무죄를 판단해야 한다. 배심원들의 평결을 선뜻 받아들일 수 없는 재판부의 고심은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다른 사건도 아닌 정치적 사안이 아닌가. 그것도 가장 민감한 이슈인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사건이다.
불행한 일이지만, 우리 사회 구성원의 정치적 성향이 개개인의 출신 지역별로 심각하게 갈려 있는 현실을 걱정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치적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에 회부한 법원의 판단은 이해하기 어렵다. 같은 내용의 정치적 사건을 이해관계가 현격하게 갈리는 지역에서 국민참여재판에 넘겼을 경우 평결 결과는 얼마든지 다르게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누가 부인할 수 있을까. 어느 지역에서 재판을 받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판결을 정의라고 부를 수는 없는 일이다.
우선 참여재판의 취지부터 돌아보자. 참여재판은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 지난 2008년 도입됐다. 시민의 건전한 상식을 형사재판에 반영하는 건 바람직한 방향이다. 따라서 참여재판을 강화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기조는 앞으로도 유지돼야 한다는 여론은 있으나 결과를 보면 답답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여론이다.
다만 재판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함으로써 제도의 완성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이번 두 재판 모두 정치적 사건이 대상이었다. 정치적 사건은 강도나 살인사건과 달리 배심원 성향과 재판 분위기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아리송한 내용이다.
국민참여재판은 사법적 판단의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하지만 운영 과정에서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 평결이 내려지면서 재판부도 무죄로 판결한 이른바 ‘남성 강간’ 사건은 지난 1월 2심에서 뒤집혀 징역 6년이 선고됐다. 당시는 1심 재판부조차 “배심원들의 판단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정서적 판단에 흐를 가능성이 높은 국민참여재판의 보완 여지가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제도의 도입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사법부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정치적 사건의 경우 당장 중단하는 것이 옳다.
참여재판을 사법 개혁의 이정표로 세우기 위해선 판사·검사·변호사, 시민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이번 논란이 제도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홍성봉의 是是非非> 홍성봉 편집국장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