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정권만 바뀌면 교육정책이 바뀌어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는 여론이 아우성이다.
엊그제 교육부가 발표한 2017학년도 대입제도 확정안은 한마디로 실망스럽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수능을 현행 골격대로 유지하고 대학별 입시제도도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가 집중적으로 제기해온 문제점을 사실상 외면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9월23일 발표한 ‘2015~2016학년도 대입제도 확정안’과도 차별성이 없다. 달라진 것이라면 한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되고 수능 시험 날짜가 지금보다 2주 뒤로 미뤄진 것뿐이라고 할 정도다. ‘대입제도 대폭 간소화’를 공약한 박근혜 정부가 지난 8월27일 의욕적으로 내놓은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 방안’의 최종 성적표치고는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는 지적이다.
대학별로 10개, 20개나 되던 대입 전형 방식이 현재 고2 학생들이 입시를 치르는 오는 2015학년도부터 대학 당 6개 이하로 제한된다고 한다. 난이도에 따라 국어·수학·영어를 A·B 두 유형으로 나눠 치르는 수준별 수능은 도입 첫해인 올해만 예정대로 실시하고 2015학년도부터는 영어 과목이, 2017학년도부터는 국어·수학까지 원래의 단일 형으로 되돌아간다고 교육부가 정권이 바뀐 지 5개월 만에 최근 발표한 내용이다.
동시에 2017학년도 대입제도에는 획기적인 간소화 및 발전 방안을 담을 것이라는 암시로도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결과를 열고 보니 놀랍게도 내용이 거의 같다는 것이다. 논술과 구술고사, 적성평가 등 대학별 고사가 그대로 시행되고, 수시 전형에서 최저등급 적용도 폐지되지 않았다. 논란이 많았던 특기자 전형에서 외국어 인증 점수, 수학과 과학 경시대회 수상 실적 등을 인정하는 문제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 수능체제의 문·이과 통합 안은 2021학년도부터나 검토하고 성취평가 결과의 대입 반영도 2018학년도까지 유예한 마당이니 현 정부 임기 중 대입제도 변화는 수능에 한국사가 필수로 추가되고 MB 정부 시절 도입했던 수준별 수능이 폐지된 것 정도다.
결국 지난 2개월 동안 요란을 떨었던 대입제도 개편 논의는 근본적 개혁이 아닌, 정권의 입맛에 따라 손질하는 또 하나의 사례를 추가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에 필수과목으로 지정된 한국사 과목 역시 교육부가 절대평가와 등급제(9등급)로 운용해 수험 부담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하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대입 전형 요소들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부담을 늘린 꼴이기 때문이다.
대입제도는 모든 교육 문제의 근원이자 현실인 만큼 교육 당국에만 전지전능한 해결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일관성과 방향성만은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새 정권이 들어서고 장관이 바뀔 때마다 대뜸 '대입 개혁' 깃발부터 들고 내가 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대입전형 간소화 방안을 자주 변경하는 것은 국민을 얼마나 괴롭히는 일인지 깨달을 때도 되지 않았나 생각을 해 보길 바란다.
특히 이번 대입제도 개편 안은 박 대통령의 ‘대입전형 간소화’ 공약과 ‘역사교육 강화’ 지침 사이에서 길을 잃은 느낌마저 든다. 이러니 학부모들로선 속이 탈 수밖에 없다. 교육의 근본적인 개혁을 기대하기 이전에 박 대통령의 공약인 대입전형 간소화 의지마저 두 달 만에 무너지는 교육부의 모습이 딱하기만 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교육에 수준을 높일 생각은 안 하고 정치권에 갈대처럼 흔들리는 교육부의 철학 빈곤이 실로 한심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교육부는 들어야 한다.
홍성봉의 是是非非> 홍성봉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