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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이 부끄럽지 않도록

  • 입력 2013.10.08 15:49
  • 기자명 홍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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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9일은 한글날이다. 일찍이 지난 1446년에 세종대왕께서 처음 한글을 만들어 펴신 날을 기념하여 만든 날이다. 오늘 뜻 깊은 한글날에 대해 연구해 본다.
한글은 닿소리(자음) 14자와 홀소리(모음) 10자를 합하여 24자로 되어 있으며, 우리말이나 소리를 다 적을 수 있는 과학적이고 쓰기에 편리하고 쉽고 아름다운 글이다.
한글은 처음에는 “훈민정음”이라 하였다. 즉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이다. 그러던 것이 한글학자인 주시경 선생님에 의하여 한글이라고 하였다.
한글의 "한"이란 한민족의 뜻도 있지만, 크다, 바르다, 하나, 으뜸의 뜻도 있어 한글이란 "훌륭한 우리글"이라 할 수 있다. 한 때 기념일로 격하됐던 한글날이 국경일로 부활됐지만 국민들의 한글날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기념일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세계 많은 민족이 자기 언어를 표현할 문자를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한글처럼 분명한 시기에 특정한 사람들이 완전히 독창적인 새 문자를 만들어 국가 공용문자로 사용한 것은 유례가 없다. 올해는 특히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제43차 총회에서 한국어를 국제특허협력조약(PCT)의 국제공개어로 채택한 의미 있는 일도 있었다. 국력과 언어가 비례하는 국제사회의 질서 속에서 한글은 이제 한민족의 언어를 넘어 세계어의 당당한 일원으로 자리를 하게 됐다. 한글은 그동안 '전통철학과 과학이론이 결합한 세계 최고의 글자'라는 찬사를 받아왔지만, 소리나는 대로 쓸 수 있어 정보화시대, 인터넷시대에도 적합하다는 새로운 평가를 듣고 있다. 한글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됐고 우리 국력이 커가면서 세계 48개국 590여 개 대학에서 가르치는 국제적 문자가 됐다.
올해 567주년을 맞는 한글날은 유난히 뜻 깊은 날이라 할 수 있다. 한글에 대한 국제적 위상을 고려해 23년 만에 다시 공휴일로 지정해 맞이하는 첫 한글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쉬는 날이 아니라 우리말과 이를 담는 한글이 왜 민족적 자긍심의 상징이 됐는지를 곰곰이 생각하고 우리 말글에 대한 사랑을 되새기는 날이 됐으면 한다.
우리 말글은 이젠 한 나라의 언어 수준을 넘어선다. 한글은 지난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됐고 전 세계 50여 개국의 6백여 개 대학에서 한국어학과를 개설. 인기 상승 추세다. 전 세계에서 7900만 명이 모국어로 사용하는 거대 언어일 뿐 아니라 국제화와 교역·교류·이주민 증가로 이를 배우는 외국인이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에게 우리 말글을 가르치는 세종학당은 이제 51개국 11개소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누리집 ‘누리-세종학당(www.sejonghakdang.org)’을 이용하면 11개국 언어로 우리 말글을 배울 수 있다. 우리 말글은 바야흐로 국제화 시대를 맞고 있는 귀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인 것이다. “10월 달에 임금이 친히 언문 28자를 지었는데 이것을 ”훈민정음“이라고 일렀다.” 조선왕조실록 세종 25년(1443년) 12월 맨 마지막 조에 날짜 없이 적힌 이 대목이 훈민정음(한글) 창제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다. 3년 뒤인 세종 28년(1446년) 9월 실록의 맨 마지막 조에는 역시 날짜 없이 “이달에 훈민정음이 이루어졌다”고 씌어 있다. 훈민정음 창제 과정에 대한 구체적 기록은 남아있지 않으니 비밀 프로젝트였던 셈이다.
한글날이 탄생한 때는 우리말이 핍박받던 일제강점기였다. 한글학회의 전신인 조선어연구회가 실록에 나온 1446년 9월을 한글이 완성된 시기로 보고 1926년 음력 9월의 마지막 날인 29일(양력 11월 4일)을 ‘가갸날’로 정했다고 한다. ‘가갸거겨…’ 하며 한글을 배우던 데서 착안한 것이었다고 한다. 한글날이라는 명칭은 1928년부터 사용됐다. 1931년에는 양력으로 바꾸고 율리우스력으로 환산해 10월 29일을 한글날로 했다. 이를 다시 국내에서 쓰는 그레고리력으로 환산해 1934년부터는 10월 28일이 한글날이 됐다.
지금처럼 양력 10월 9일이 한글날로 확정된 것은 광복 직후였다. 1940년 경북 안동에서 발견된 ‘훈민정음 해례본’에 ‘정통 11년 9월 상한(正統十一年九月上澣)’이라고 적힌 것이 결정적 계기였다. 1446년 9월 상순의 마지막 날인 음력 9월 10일을 양력으로 환산해 10월 9일로 정한 것이라고 한다. 1949년 법정공휴일로 지정됐으나 휴일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지난 1991년 공휴일에서 제외 되었다. 올해로 12년만에 한글의 위상을 반영해 올해 다시 공휴일이 지정된 것이다.
최근 이원승 동서울대 교수가 서울의 초중고교생 및 성인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글날이 언제인지 옳게 답한 사람이 53.5%(214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쉬는 한글날’이 되었으니 한글날을 옳게 대답하는 사람도 부쩍 늘 것으로 기대 한다. 한글 반포 567주년을 맞아 이번 주 내내 각종 문화행사가 풍성하게 열리니 이를 즐기는 것도 복권된 한글날을 축하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홍성봉의 是是非非> 홍성봉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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