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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원칙부터 지켜야

  • 입력 2013.09.04 17:29
  • 기자명 홍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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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이 남북대화에 조바심을 내는 데 반해 남한은 북측에 조건을 따지며 서둘지 않는 접근법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개성공단 실무회담 때 금강산 관광 재개 및 이산가족 상봉 회담을 제의한 이래 줄기차게 남북 현안과 관련한 회담을 동시에 개최하기를 희망했다. 남측이 한 가지 현안을 완전히 매듭짓고 다음 현안을 다루자고 해도 북측은 수용하지 않고 있다. 
남북 당국이 지난 달 14일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위한 합의’5개항을 도출한 데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추석 이산가족 상봉과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 조성을 북한 측에 제의했다. 북한의 그동안 2·3차 핵실험과 천안 함 사건과 연평도 도발, 개성공단 폐쇄 등으로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대화 국면에 진입하여 개성공단 가동을 위해 실무회담이 계속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이번 합의를 계기로 과거 남북관계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상생(相生)의 새로운 남북관계가 시작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한 대로 남북의 평화·발전에 반대할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그러나 북한 정권의 본질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허울만의 대화와 평화 공세에 휘둘린다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저자세·퍼주기’ 대북 정책을 되풀이할 뿐일 것이다. 북한이 개성공단 협상에서 외양으로나마 변화 제스처를 보인 것은 지난 5년 이상 ‘대북(對北) 원칙’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북측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을 지난 달 22일 개최하자고 제안했으나 남측이 9월25일로 수정 제안하자 다시 8월 말~9월 초로 요구했었다. 그러나 남측은 오히려 10월2일로 더 늦춰서 할 것을 다시 제안했다. 남측은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와 관련한 남북 간의 조치가 이뤄지고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위한 준비가 진행되는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남측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에 관해서는 다른 현안과 달리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금강산 회담과 이산 상봉의 중복이 그렇게 피해야 할 만큼 중대한 일인지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에 북측은 유감을 표명하면서 재고를 요구해 좀처럼 날짜를 잡지 못하고 기(氣)싸움을 벌이는 것 같다는 여론이다. 
그러나 최근 지구 반대편 파나마에서의 북한 화물선 검색에서 나타난 북한 무기 수출을 하는 북한의 이중적 모습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런 흐름을 고려할 때 박정부가 북한의 진정성도 확인되지 않은 와중에 개성공단 합의 자체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실천인 것이다. 지난 1991년 남북 불가침 합의서와 비핵화 공동선언 채택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한시도 핵개발과 무력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북측은 남북 전면 대결전을 선언하고, 숨 가쁘게 정전협정 백지화, 남북불가침 합의 폐기, 1호 전투 근무태세 선언, 미사일 사격대기 지시를 하며 한반도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그러던 북한이 6월 초 남북당국회담을 제안한 이후 대화를 재촉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반대로 바꾸었다. 북한은 진정성이 없다.
개성공단 문제는 정상화를 위한 첫 걸음을 내디뎠을 뿐이다. 북한의 책임 인정과 사과는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보상 문제도 공동위원회로 넘겼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새로운 대북 제안을 하고, 정부는 금강산 관광 재개나 DMZ평화공원 태스크포스(TF) 구성 및 조성 지역까지 거론하는 등 과속(過速)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는 여론이다. 
우리는 차분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대화날짜 잡기는 본질이 아니다.
남북 모두 부수적인 문제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핵심에 집중해야 된다는 것을 정부는 명심하기 바란다. 

홍성봉의 是是非非> 홍성봉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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