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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뀌자 또 입시 손질

  • 입력 2013.09.02 16:28
  • 기자명 홍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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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정권만 바뀌면 교육정책이 학생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여론이 아우성이다. 대학별로 10개, 20개나 되던 대입 전형 방식이 현재 고2 학생들이 입시를 치르는 오는 2015학년도부터 대학 당 6개 이하로 제한된다고 한다. 난이도에 따라 국어·수학·영어를 A·B 두 유형으로 나눠 치르는 수준별 수능은 도입 첫해인 올해만 예정대로 실시하고 2015학년도부터는 영어 과목이, 2017학년도부터는 국어·수학까지 원래의 단일 형으로 되돌아간다고 교육부가 정권이 바뀐 지 5개월 만에 최근 발표한 내용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학생·학부모 부담 완화와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 방안(시안)은 한마디로 실망스럽다는 여론이다. 제목이 말하는 학생·학부모 부담 완화, 학교교육 정상화, 대입전형 간소화, 대입제도 발전 모두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학교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인 것이다. 교육부는 시안을 공론에 부쳐 오는 2015년 대입전형 기본사항은 9월 중순에, 2017학년도 이후의 대입제도(안)는 10월에 확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학생들은 지금부터라도 정신 바짝 차리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크게 열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각 대학은 지난 1997년 다양한 방식으로 원하는 인재를 뽑는다며 수시모집 제도를 처음 도입했었다. 그 후 전국 200개 대학의 대입 전형 종류가 무려 3600개에 이를 정도로 입시가 복잡해져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수험생들을 괴롭혀 왔다. 수준별 수능은 모든 수험생이 어려운 문제를 풀 필요 없이 과목별로 쉬운 문제(A형) 또는 어려운 문제(B형)를 선택해 그 점수로 원하는 대학에 지원하게 하자는 취지로 MB정부가 도입한 제도였다. 그러나 막상 실시해보니 수험생들 사이에 극심한 눈치 전쟁이 벌어지고 입시의 불확실성만 더 키우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보완해 발표한 이번 대책이 복잡하고 불확실한 대학 입시의 부작용을 얼마간 완화할 수는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는 있다. 하지만 이번 대입 개혁안도 그동안 하도 자주 바뀌어 누더기가 돼버린 우리 대입 제도 변천사(變遷史)에 아무리 취지가 좋더라도 현장과 유리된 정책은 혼란만 부를 뿐이라는 지적인 것이다. 
결국 이번 시안은 광복 이후 16차례나 바뀐 대입제도 수능 난이도 조정이나 전형 방식 변경 같은 자질구레한 변화는 연례행사처럼 있어 왔다. 대학 서열체제, 입시 위주 교육, 고교 서열화 등 구조적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고는 정책이 취지에 맞게 현장에서 작동하기 어렵다. 오히려 혼란만 주고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더욱이 정책 의지도 불분명해 보인다. 교육부는 제도를 확정하기까지 비상한 각오로 정책을 재검토하고 다듬어야 한다.그래서 사교육과 입시 정보 업체들만 살판이 났던 것이다. 교육부는 이번에 A·B형 수능 폐지로 많은 수험생이 한숨 돌리게 됐다고 하겠지만 이미 이 제도에 맞춰 공부해온 학생들은 단일 형 수능으로 되돌아가느라 고통을 겪어야 할 것이다. 제도가 바뀔 때마다 수많은 수험생은 '실험용 아이들'이 되고 마는 것이다.
대학별로 전형방법을 수시 4개, 정시 2개 이내로 각각 간소화했다고 하지만 학생부·논술·실기·수능·면접 등 전형요소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수시모집에서 수능성적 반영 배제나 수능최저학력기준 완화, 우선선발 방식 지양 등도 뚜렷한 정책 수단 없이 ‘유도’하거나 ‘권장’한다는 식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 우리나라는 새 정권이 들어서고 장관이 바뀔 때마다 대뜸 '대입 개혁' 깃발부터 들고 내가 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대입전형 간소화 방안을 자주 변경하는 것은 국민을 얼마나 괴롭히는 일인지 깨달을 때도 되지 않았나 생각을 해 보길 바란다.

홍성봉의 是是非非> 홍성봉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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