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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장에서 검찰총장이 돈 봉투 추첨 이벤트라니

  • 입력 2009.11.10 00:44
  • 기자명 편집국장 홍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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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한지 2개월여 만에 검찰 총수가 구설수에 올라 국민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지난 3일 저녁 서울 장충동 서울클럽에서 각 언론사 팀장급 출입기자 24명과 식사를 하면서 이 자리에서 별안간 이벤트 행사라면서 추첨을 통해 기자 8명에게 현금과 수표가 50만원씩(400만원)을 돌린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청문회에서도 위장전입을 비롯해 이중소득공제, 근무시간에 미인대회 심사, 요트·승마 같은 호화 취미 등 숱한 흠결들로 귀족 검사와 오렌지 총장이란 눈총을 받으며 많은 문제점 등으로 소란했던 검찰총장이 취임한지 두 달 남짓 되면서 또 언론을 상대로 오해를 받기 알맞은 행동을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는 여론이다.
김 총장은 미리 준비해온 양주 조니워커에 맥주를 섞은 일명 폭탄주를 몇잔씩 돌린 뒤에도 분위기가 좀처럼 어울리지를 않고 서먹서먹 하자 난데없이 추첨이벤트를 제안했다는 게 현장기자의 전언이다.
순간 경품을 받은 일부 기자들이 현금이 들어 있는 것을 뒤늦게 알고 복지시설에 기탁했다지만 이를 보는 국민들이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당시 현장 상황을 들어보면 김 총장이 분위기를 돋우려 즉흥적으로 추첨을 제안했는데 준비된 경품이 없어 현금을 사용했다고 하니 검찰에서는 그렇게 하느냐는 여론이 국민들을 실망 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 이후 검찰과 언론 관계가 서먹해져 있던 터라 출입기자단이 송년회를 겸한 저녁 식사를 요청했고, 김 총장도 호화 회원권 시비가 일었던 `서울클럽`이 대단한 곳이 아니란 것을 보여줄 겸 장소를 이곳으로 잡았다는 후문이지만 장소를 그곳으로 한 것도 문제는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테이블이 서로 나뉘어 있어 산만한 데다 신종 플루 때문에 술잔을 돌리기도 어려워지는 등 썰렁한 분위기가 되자 흥을 돋우기 위한 즉석 이벤트를 벌인 것이라고는 하고 있으나 기자들 보기를 우습게 보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취임 이후 부르짖었던 검찰의 국제화와 대언론 선진 홍보시스템 도입의 첫 걸음이 고작 이런 것이었던가 하는. 이런 한심한 행태는 평소 김 총장의 언론에 대한 경박한 인식, 촌지 주고받기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습속, 검찰총장이란 자리의 엄중함을 깨닫지 못하는 천박한 공직의식이 어우러져 일어난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게 우리의 판단인 것이다.
자리가 뒤숭숭해지면서 파문이 일자 김 총장은 대변인을 통해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본의와 달리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를 했다고 한다.
그렇게 어영부영 술자리의 해프닝으로 넘기고 갈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기자들은 공무원만 아니었다 뿐이지, 업무와 관련 있는 자에게 향후 도움을 기대하며 돈을 뿌렸으니 포괄적 뇌물수수죄를 일으켰다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는 여론이다.
더구나 유리그릇에 담긴 번호 추첨은 총장과 차장, 그리고 대검 부장(검사장급) 8명이 돌아가면서 뽑으라고 했다니, 검찰 수뇌부 모두가 전대미문의 ‘신종 촌지’ 전달에 가담한 꼴이 되고 만 것이다.
당장 야당에서 ‘검찰총장이 카지노 딜러냐’ ‘촌지 검찰총장’이라며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들어 또 한번 걱정스럽기만 하다.
총장도 “사려 깊지 못한 행동 이었다”고 공식 유감표명을 했지만 앞으로 검찰 총수로서의 처신에 더 신중을 기하여 주길 바라는 것이 온 국민들의 바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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