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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복(發福)의 장소 ‘장독대’

  • 입력 2013.02.12 17:39
  • 기자명 정종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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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에 추운 겨울 아침 방문을 열었을 때 장독대에 하얗게 쌓인 눈을 본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장독대는 항상 집안에서 제일 양지 바른 곳에 위치 하였다.
그곳은 신성한 공간이기도 하였으며 우리 식문화의 산실이다. 넓은 집인 경우에는 부엌과 가까운 뒤뜰 높직한 곳이나, 양지바르고 바람 잘 통하는 곳에 두었으며 뒤뜰의 여유가 없는 도심의 주택에서는 우물이나 수돗가의 높은 곳을 택하여 장독대를 만들었다.
어느 외국 며느리가 시집을 와서 장독대에 있는 된장과 고추장, 젓갈 등을 보고 썩은 음식인줄 알고 모두 버리고 깨끗이 청소를 했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우리의 발효음식문화는 우리의 역사와 같이 했다. 서양 식품 중 치즈도 결국은 우유를 발효 시킨 것이 아닌가? 
현대에 와서 발효 식품이 항암작용을 한다는 것이 속속 발견되었다. 이러한 효과를 알고 했든 모르고 했든 결과를 놓고 보았을 때 슬기로운 조상님들 인 것은 확실 하다. 집안의 장맛이 변하면 집안이 망한다는 신념이 발전하여, 장독대를 지키는 신이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집안의 평안과 재앙을 떨쳐버리기 위하여 정안수를 떠놓고 정성껏 고사를 지낸곳이 주로 장독대다. 특히, 사업하는 이들은 매월 초사흘에 장독대에 고사를 지내고 보름달이 뜨면 으레 정안수를 떠놓고 빌었다고 한다. 발효가 발달 할 수 밖에 없었던 우리의 자연환경을 보면 무더운 여름에 잘 썩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음식을 보관 할때도 발효 시키는 방법이 가장 좋았을 것이다 그런 만큼 젓갈류 비롯한 발효 음식이 매우 발달 하였다. 고추장, 간장, 김치, 젓갈류등을 보관 할 장독대는 실생활과 어울려 중요한 요소 이다. 장독은 조리를 하는 부엌이나 우물과도 가까워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반빗간(창고)뒤에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남 보성군 득량면 강골마을 초가집인 이식래 가옥(중요민속자료)국가지정문화재 내에 있는 장독대는 장독대에 큰 대문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장독대에 있는 장독은 장을 담글 때 부터 독 고르는 일부터 만만치 않았다. 장을 담그는 일도 집안의 대사인 것은 물론 신중 하였다. 음력 정월 그믐의 손 없는 날이나
일간 중 말(馬)날 오일(午日)을 좋은 날로 특히 무오일(戊午日)을 제일로 여겼다. 무오일은 고사를 지낼 때도 선호되는 날인데 이는 한자 戊 (다섯째천간을 의미)가 무성하다. ‘우거지다’는 의미를 가지는 무(茂)와 발음이 같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원숭이 날인 신일(申日)에 장을 담그면 장맛이 시어지고, 뱀의 날인 사일(巳日)이나 수흔일(水痕日)에 담그면 가시(구더기벌레)가 생기며, 해돋기 전이나 해진 후 또는 삼복에 장을 담그면 파리가 꾀지 않는다고 믿었다. 사람도 시간이 가면 부패되는 인간이 있고 시간이 가면 발효되는 인간이 있다. 우리들은 부패된 상태를 썩었다고 하고
발효된 상태를 익었다고 한다. 우리 인생에 있어서도 그대로 썩게 만드는 일도 그대의 선택에 달려있고 그대를 익게 만드는 것도 그대의 선택에 달려 있다. 장담그는 일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고 신중하게 하는데 하물며, 인생의 모든 일을 경솔하게 처리하면 우리의 인생은 고통과 번민에 시달릴 것이다. 모든 일을 소홀함 없이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처리하다 보면, 우리의 행복은 저절로 찾아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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